코로나 이후로 영화관은 고사하고 영화를 잘 보지 않은 요즘,
어느 날 송강호, 아이유, 강동원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정보를 부리나케 찾아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잔잔하면서도 깊이있는 메세지를 보내는 영화를 많이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저는 딱 하나의 영화만 봤었는데
그게 바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극장에서 보고 얼마나 감명 깊었는지 이 한편으로 고레에다 감독의 팬이 되어버렸죠.
그런 감독의 한국 영화라니!
게다가 연기력 짱짱 배우들의 총집합이라니!
도저히 안볼 수가 없었습니다.

브로커라는 자극적인 단어와 다르게 영화는 서정적이면서도 잔잔합니다.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던 고레에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처럼
브로커 역시 가족의 의미를 다루고 있습니다.

브로커에서 보여지는 가족은 조금은 특이합니다.
세탁소를 운영하며 아이 브로커 일을 하는 상현(송강호)
상현과 함께 지내며 같은 일을 하는 동수(강동원)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소영(아이유)
소영이 나은 아기 우성이
마지막으로 보육원 시설에 있던 해진이
아기 우성이를 팔아 돈을 번다는 목적을 갖고 동행하게 되지만 점차 그 목적은 변해가게 됩니다.

반면 이 가족의 뒤를 쫒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경찰 팀장 수진(배두나)와 이형사(이주영) 입니다.
이 둘은 상현과 동수가 브로커임을 알고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합니다.
영화는 수상한 가족과 그 가족을 지켜보는 경찰의 심리와 상황을 보여줍니다.

우선, 영화는 전반적으로 모든 게 애매합니다.
관람객에게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습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가 제가 느낀 감상이었습니다.
조금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연출
그리고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스토리
연기파 배우들이 집합했는데 왜 부자연스러워 보였을까요?
생각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일본 감성과 한국 감성의 차이에서 오는 어색함이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 감독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일본 영화만 촬영해왔고, 그 많은 영화들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의 데이터로 한국 영화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듯 확연히 다른 문화와 감성이 있기 때문에 그 간극에서 오는 어색함이 있습니다.

한국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느끼는 피하고 싶은 '한국형 흐름'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느껴지는 클리세 같은 연출, 스토리, 대사가 있기에 '일본형 흐름' 또한 존재합니다.
브로커에서는 이 한국형 흐름 + 일본형 흐름을 묘하게 느꼈습니다.
(이 느낌, 무엇일까...)
이런 묘한 흐름은 후반부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전개, 그리고 납득이 잘 되지 않지만 어렴풋이 예상은 되었던 결말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연출도, 캐릭터의 감정선도 그리고 마무리도
모든 것이 엉망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감독의 이름만을 보고 기대했던 제게는
굉장히 실망적인 영화였습니다.
리뷰 및 나름의 해석
이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말 스포 포함)
브로커가 말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무엇이였을까요?

상현(송강호)는 영화 내내 항상 웃으며 차가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는 한때 가정을 이뤄 아이까지 있었지만, 현재는 이혼을 한 상태입니다.
가끔 아이를 만나 선물을 준비하지만, 전달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상현은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수에게 아들이 나오면 붙여주려고 했던 이름인 '동수'라는 이름을 줍니다.
그에게는 동수가 동생이자 자신의 아들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후반에 동수와 깡패의 시비가 걸릴 때 거짓말을 해 가면서 이를 막습니다.
이제는 중년이지만, 상현은 여전히 가족이 필요합니다.

동수(강동원)은 어렸을 때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자신의 엄마가 언젠간 데리러 올 것이라 믿었지만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 소영을 못미더워 하지만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엄마도 무언의 사연으로
자신을 버릴 수 밖에 없었고 데리러 오지 못했을 거라며 위로받게 됩니다.
동수에게 있어 소영은 자신의 엄마를 투영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지키고 함께 있고 싶어합니다.

소영(아이유)은 성매매로 아이를 낳은 어린 여자입니다.
유부남과의 관계로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소영은 만류에도 낳기로 합니다.
아이를 팔려고 하지만 좋은 부부가 나타나도 섣불리 팔지 못합니다.
어린 나이에 낳은 아이임에도 모성애로 아이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 합니다.
소영은 원초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입니다.
이 원초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 상현에게, 동수에게, 해진에게
소영은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소영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랑을 채운 이들은 이제 소영과 우성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커리어도 팀장으로 지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명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 우먼입니다.
수진은 어떤 사연이 있더라도 아이를 버리는 것은 무조건 책임없는 행동이라 생각하며 질타합니다.
하지만 소영을 통해 책임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수진은 사랑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결말에서 소영이 수진에게 우성을 맡긴 것은 유일하게 현실적으로 우성이와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준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뚝뚝 끊기는 장면 전환은 영화의 메세지를 알기 어렵게 만듭니다.
억지스러운 미소와 분위기는 영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런 면에서 브로커는 상당히 아쉬운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은
여성, 즉 엄마를 통한 사랑
모성애의 대단함
그리고 모성애가 가지는 다양한 형태
모성애를 느끼지 못한 이들의 고달픔
사랑에 대한 책임
그 책임의 다양한 형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이었던 걸까요?

무언가 여러가지가 짬뽕되어 쉽게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인 것 같습니다.
제 평점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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